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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함부로 말해보면
    카테고리 없음 2022. 10. 13. 15:00

     

    * 우리실험자들 차이나리터러시 세미나에서 <짱개주의의 탄생>을 읽는다.(링크) 세미나에 앞서 메모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려 했으나 글이 길어져 브런치에 정리. 인스타그램에는 제목이 없어도 되지만 브런치에 올리며 부득이 제목을 적는다. 저자는 1부 '함부로 말해도 되는 중국'에서 함부로 말하는 세태를 꼬집었지만 그래도 함부로 말해보자는 면에서 제목을 붙였다.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짱개주의'라는 도발적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까지 사용해야 해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저자의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나는 아프리카의 탈식민주의를 고민하 온 응구기 와 시옹오가 말한 '투쟁의 언어'는 자국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7쪽)

     

    "짱개주의는 '칭키즘'에 없는 신식민주의적 식민성이 들어 있다. 짱개주의에는 민족이나 국가의 이익과 상관없는 종주국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복종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102쪽)

     

    내일 아침 세미나에서 썰을 풀어내겠지만 4부까지 읽고 들었던 의문 두가지를 짧게 정리해 둔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또 리셋될까 싶어.. ;;

     

    첫째, 중화주의를 식민주의와 구분하는 점에서.

     

    "... 문화 수준으로 '화'와 '이'를나누는 새로운 중화주의 인식을 볼 수 있다. 만약 일본에게 식민화 되지 않았다면 조선 말 사대부들의 세계인식은 평등한 세계인식으로 나아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자료이다."(92-93쪽)

     

    너무 느슨한 접근 아닐까? 착취하는 서양과 착취당하는 동양의 구조는 의미 있으나 현재 중국의 내부식민지적 상황을 해석하는데는 부족하지 않을까. 거꾸로 일본의 식민 지배가 없었다면 과연 동아시아는 '평등'한 국제 질서를 이룩할 수 있었을까. 중국의 중화주의가 서구의 식민주의와는 다르다 하더라도 유사한 역할을 해오지 않았느냐는 질문. 중화주의에도 차별과 착취의 구조가 전혀 없었는가하면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의 곤혹스러움이 있다는 생각. 

     

    이는 현재 중국의 문제를 바라보는데 있어서도 난감한 문제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서구의 인종주의적 차별과 착취보다 중국내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과 착취가 '덜하다'고 생각한다. 중화주의에 짓밟힌 소주민족의 역사가 존재하나 그것을 서구의 인종주의적 폭력과 비할 데는 아니라고 본다. 차이가 의미 있느냐는 주장, 별반 다를바 없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위구르에 대한 탄압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낳는다. '하나의 중국' 혹은 문화 공동체로서의 중국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자행하는 폭력이 분명 있다. 이를 중화주의가 발현된 하나의 양태라 할 수 있을 터. 그러나 그것을 식민지를 건설하고 인종차별을 자행한, 지금도 저지르는 서구인들이 비판하는 꼴은 영 보기 싫다. 누가 똥이고 누가 겨인지 모르겠으나 여튼 꼴 사나운 것은 마찬가지. 

     

    둘째, 식민주의의 극복은 '독립 국가'로 귀결되어야만 할까?

     

    "그런 점에서 짱깨주의는 영토와 주권이 완전히 갖추어진 근대적 한반도가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표상이다."(108쪽)

     

    정말 오랜 만에 와다 하루키를 글에서 만났다. "와다 하루키는 이를 두고 '북한과 공산 중국을 적으로 하고, 한국에서 미군과 한국군이 전위군을 맡는' 초국가적 체제라고 불렀다."(44쪽) 

     

    결국 미국의 세계체제 전략에 포섭되어 여전히 '준식민지'에서 중국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말씀. 탈식민지 공부를 잘 안해서 모르니 그냥 '준식민지'라고 하자. 중요한 것은 이를 벗어나는 길이 '근대적 한반도의 완성'일까 하는가에 대한 질문. 식민주의에서 탈출하는 것은 번듯한 근대 국가의 완성이어야 할까?

     

    그래, 짱개주의라는 것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일제의 시선과, 대한민국을 신식민지로 삼은 미제의 관점이 서로 뒤엉켜 만들어진 것이라고하자. 그렇다고 그것을 벗어나는 게 이른바 '독립된 조국'의 표상 이어야 할까? 국가를 경우하지 않고 식민지적 관점에서 탈출하는 길은 없는 것일까? 물론 유사 인종적, 식민지적 관점이 국가라는 괴물이 만들어 낸 것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 출구가 다시 '국가'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식민지를 벗어난 번듯한 국가라는 관점은 오늘, 민주당쪽에서 꿱꿱대는 주장과 과연 근본적으로 얼마나 다를 것일까. 자본이건 제국이건 국가건 그들에게 포섭되어 만들어진 관점에서 벗어나는 게 과연 '근대적 한반도의 완성'이어야 할까? 구체적으로는 남북의 분단상황의 해결이고???

     

    미중 관계의 변화가 미국의 경제 위기에서 시작되었다는 진단에서 드는 질문. 결국 경제가 우선이라면 향후 중국의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비실대는 미국이 쓰러지는 날에는 거꾸로 전도된 날이 도래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일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미국은 제 자리를 내놓지 않으려고 어떤 짓이든 저지를 것인가. 개인적으로 전자가 도래하는 날, 혐오가 숭배로 바뀌는 날이 오리라 생각하고 있다. 

     

     
    짱깨주의의 탄생(보리 인문학 3)(양장본 Hardcover)
    보리 인문학 3권 《짱깨주의의 탄생-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이 출간됐다. 반중정서와 혐오정서가 고조되면서 ‘짱깨’라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서 중국을 인식하는 주류 프레임이 됐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한국 사회에 반중정서가 생겨나기 시작했을까. 《짱깨주의의 탄생》은 ‘짱깨’라는 용어가 등장한 시기와 개념, 역사성을 설명하면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짱깨주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통되는지 분석한다. 혐오로 확산된 중국 담론의 편견과 오해를 바로 잡고, 한국 사회에 비판적 중국 담론이 왜 필요한지 설명한다. 나아가 분단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에게 중국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물으며, 지식의 지정학을 중국이 아닌 한국으로 옮겨 놓는다. 저자는 한국이 다자주의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피력하며 탈식민주의 관점에서, 평화체제의 관점에서 한중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저자
    김희교
    출판
    보리출판사
    출판일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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